2014년 11월 17일 월요일

노동쟁의와 업무방해죄: 대법원2014.8.20. 선고 2011도468판결에 대한 비판적 검토

형법판례평석
노동쟁의와 업무방해죄:
대법원2014.8.20. 선고 2011468판결에 대한 비판적 검토

I.             서론
노동쟁의 행위의 일환인 파업행위는 얼핏 보면 형법과 관련이 없어 보인다. 우리 헌법 제33조는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에 대해 규정하여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소기의 목적 달성을 위해 쟁의행위를 하는 것을 헌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 법제도와 법원은 노동자가 쟁의행위를 하는데 있어서 형법적으로 일정한 제한을 두고 있다. 대법원2014.8.20. 선고 2011468판결에서는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가능함을 판시하고 있고 이전의 다른 판례들[1]도 쟁의행위가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형법의 업무방해죄는 허위의 사실의 유포 또는 위력(威力)으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형법 제314). 우리 법원은 노동자의 쟁의행위가 위의 위력에 해당한다면 동조의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음은 위에서 밝혔다. 그러나 이는 노동법적 관점이나 사회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노동자의 권리 중 하나인 파업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는 우려가 있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경제사회적으로 봤을 때, 노동자는 기업에 비해 사회적 약자의 지위에 있어 그 요구사항과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집단적 힘이 필요하고 그러한 집단적 힘의 형성과 행사를 헌법 제33조는 기본권으로써 보호하고 있다. 이러한 기본권 행사에 있어서 만약 업무방해죄가 적용되어 형법적으로 쉽게 제약이 된다면,기본권 행사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2011468판결을 중심으로 우리 판례가 어떠한 경우 쟁의행위를 위법하게 보고 있는지 살펴보고 이러한 태도가 타당한지를 논하고자 한다.

II.            2011468 판결의 내용
1.    사실관계
위 판례는 두 개의 사실관계를 한 판결 내에서 다루고 있다. 첫 번째 사실관계는 소위 준법투쟁과 관련된 사실관계이다. 판결문에서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한국철도공사는 노동조합측에 20093월경 이후 구내식당 외주화 문제에 있어서 고용에 관한 사항을 합의하기로 약속하며 그때까지는 쟁의행위를 하지 않기로 합의를 받아내었으나 단체교섭 개시 전인 20094월 말경 안전투쟁을 하기로 예고하고 실제로 200951일부터 6 9일까지 작업규정과 안전규칙을 준수하는 안전운행투쟁을 실시하였다. 이 안전운행투쟁 기간에 노동조합 측은 40일간 열차 56대의 시간을 1시간 이내로 지연시켰으며 투쟁 초기 이외에는 거의 지연운행이 없었다고 법원은 인정하고 있다.
두 번째 사실관계는 200911월에서 12월에 걸쳐 일어난 순환파업과 전면파업이다.정부는 200812월에 공공기관 선진화계획을 발표하고 실제로 한국철도공사 이사회는 이 계획에 따라 2012년까지 5,115명을 감축하기로 하는 구체적 실천방안을 20094월 이사회에서 가결하였다.이에 노동조합측은 반발하였고 뜻을 같이 하는 다른 노동조합과 연대하여 대정부 총력투쟁에 돌입할 것을 발표하였다.한편, 2009930일 단체협약 및 입금협약 본교섭이 재개되었고 철도노동조합은 중앙노동위원회에 임금요구안에 대한 조정을 신청하였으나 위원회가 임금동결을 제안하자 이를 거부하였다.한편, 930일 당일 노동조합 측은 협상결렬을 선언하였으나 1027일까지는 단체교섭을 계속 진행하였다.그리고 철도노동조합을 포함한 공동투쟁본부는 10 10일경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을 반대하며 정부가 교섭에 돌입하지 않을 경우 파업에 들어갈 것임을 발표하였고 철도노동조합은 임시대의원회의와 투표 등을 거쳐 115일과 6일에는 1차적으로 순환파업을,그리고 2차적으로 대통령의 공기업 선진화 워크숍 일정을 전후로 하여 전면파업을 하기로 결의하였다.그 이후 1차적으로 순환파업을 115일부터 7일에 걸쳐 실시하여 한국철도공사 측에 손해가 발생하였다. 1차 파업 이후에도 사측과 교섭은 이루어졌지만 이와 별도로 대통령의 워크숍 일정에 맞추어 신규사업 및 부족인력 충원,해고자 복직 합의 이행을 요구하며 1124일 협상에서 철도공사의 거부와 단체협약 해지를 이유로 한 2차 파업에 돌입하였다.2차 파업으로도 사측에 손해가 발생하였다.

2.    법원의 판단
법원은 두 사실관계에 대해서 그 법적 평가를 달리하였다. 첫 번째 안전운행투쟁에 관련해서는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 중 하나인 위력을 인정하지 않아 유죄가 아니라고 보았다. 파업행위는 기본적으로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할 소지가 있지만 모든 파업행위가 이러한 위력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며, 안전운행투쟁 과정에서 열차의 지연 정도가 미미하였고 따라서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두 번째의 순환파업과 전면파업에 대해서는 다른 판단을 하였다. 일련의 파업에 대해 대법원은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구조조정의 실시 자체를 반대하는데 그 주목적이 있었으며, 파업 직전까지 계속 되었던 단체교섭이 결렬될 상황으로 보이지 않고 사측의 단체협약 해지 통보도 종국적으로 협상을 종결하자는 의사가 아니라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만을 한정하여 협상하자는 의사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파업을 예고하였다 할지라도 업무의 특성상 파업을 실제로 강행하리라고 예측할 수 없었다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파업으로 인해 사측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고 운영에 혼란을 가져왔음을 인정하였다. 따라서 파업을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를 제압혼란하게 할 만한 세력으로서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하여 유죄로 판단하였다.

III.          형법상 업무방해죄와 쟁의행위
1.    업무방해죄의 의의와 요건
업무방해죄는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하여 성립한다(형법 제314조 제1. 동조 제2항은 컴퓨터 등을 이용한 업무방해죄로 쟁의행위와는 관련이 없으므로 다루지 않기로 한다). 업무방해죄는 사람의 활동의 자유를 경제적 측면에서 보호하는 범죄로 경제적 활동과 사회적 활동 모두를 보호하며, 재산죄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인격적 활동의 자유를 보호하는 범죄라고 할 수 있다. 보호법익은 사람의 업무이다.[2]한편 이 사건 쟁의행위와 관련하여 문제가 될 만한 구성요건요소인 위력의 정의는 대법원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이라고 판시하고 있다.[3]여기서의 위력은 유형과 무형을 묻지 않으며, 따라서 폭력협박과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지위와 권세에 의한 압박도 포함된다.[4]업무방해죄의 업무란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에 있어서의 업무와 다른 것으로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의 업무란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업무인 반면, 업무방해죄의 업무는 형법상 보호가치 있는 업무를 의미한다.[5]

2.    업무방해죄와 쟁의행위의 관계
쟁의행위는 다수의 노동자가 실력행사를 통하여 경영자를 압박하여 경영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이 될 수 있으므로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 이러한 쟁의행위에는 파업, 태업, 준법투쟁, 피케팅, 직장점거 등이 해당한다.[6] 파업 등 쟁의행위가 업무방해죄가 되기 위해서 대법원은 “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그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위력에 해당하여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고 있다.[7] 대법원은 이 글의 논의 대상인 2011468판결에서도 역시 소위 안전투쟁 외의 쟁의행위에 대해서는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인정하여 업무방해죄를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하였다.

3.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입장
쟁의행위와 업무방해죄의 관계와 관련해서 헌법재판소는 종래에는 파업과 같은 쟁의행위가 기본적으로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보았고 따라서, 그 쟁의행위의 정당성이 인정된 경우에만 위법성조각사유에 해당하여 범죄가 되지 않는다고 보았다.[8] 대법원 또한 비슷한 논지를 구사하며 기본적으로 쟁의행위가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은 모두 충족시키지만, 법 제도의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지는 쟁의행위에 한하여 위법성조각사유로 인하여 범죄의 성립을 부정하였다.[9]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후 결정례에서 쟁의행위는 고용주의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므로, 헌법상 기본권 행사에 본질적으로 수반되는 것으로서 정당화될 수 있는 업무의 지장 초래의 경우에는 당연히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여 원칙적으로 불법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단체행동권의 행사로서 노동법상의 요건을 갖추어 헌법적으로 정당화되는 행위를 범죄행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임을 인정하되, 다만 위법성을 조각하도록 한 취지라는 해석은 헌법상 기본권영역을 하위 법률을 통해 지나치게 축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10]라고 판시함으로써 이전처럼 일단 쟁의행위가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고 위법성조각사유에 의해 정당한 쟁의행위에 한하여 범죄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변경하였다. 대법원도 위의 헌법재판소 결정례가 나온 이후 판례의 태도를 변경하여 쟁의행위로서의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고,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그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위력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여 언제나 모든 쟁의행위가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11]

IV.          대상판결에 대한 분석
1.    대상판결의 전체적인 논지
대상판결인 2011468판결은 위의 판례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종래의 판례들처럼 일단 쟁의행위의 위력성에 대하여 긍정하고 위법성조각사유를 검토한 것이 아니라 바로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검토하였다. 따라서 2007482판결 등 다수의 판결에서의 설시와 같이 예측할 수 없는 시기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여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는지 여부가 업무방해죄의 위력성과 나아가 범죄 성립의 판단기준이 되었다.

2.    첫 번째 파업에 대한 분석
대법원은 첫 번째 쟁의행위인 안전투쟁에 대해서는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바, 대법원의 설시를 보면 위에서 말한 위법성조각사유에서의 구성요건해당성으로의 전환의 흐름[12]의 연장선상에서 특기(特記)할 만한 내용을 찾을 수 있다. 이 사건 안전투쟁의 경우 그 목적이 사측인 한국철도공사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것이어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었고 따라서 쟁의행위의 정당성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 하지만 쟁의행위의 노동법상정당성이 갖추어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대법원은 만약 위에서 언급한 예측가능성, 전격성, 심대한 혼란 또는 막대한 손해로 인한 자유의사의 제압 내지 혼란이 없었다면 형법상 업무방해죄에 해당하지 않음을 판시하였다. 대법원은 형법상 범죄의 구성요건과 노동법상 요건을 구분하여 비록 노동법적으로 정당화되지 않는 파업이라고 하여 무조건 형법상 범죄 구성요건을 충족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적시한 것이다.

3.    두 번째 쟁의행위에 대한 분석
첫 번째 쟁의행위에 대해서는 위와 같은 이유로 업무방해죄 성립을 긍정한 원심을 깨고 범죄 성립을 부정하였지만, 두 번째 파업에 대해서는 업무방해죄 성립을 긍정하였다. 두 번째 파업에 대해 대법원은 그 목적이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단체교섭이 결렬될 상황도 아니라고 본 뒤, 파업으로 인해 철도공사측에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의 두 번째 파업에 대한 설시 중 특기할 만한 사항은 파업에 대해 노조 측이 예고는 하였지만 부당한 목적을 위하여 순환파업 및 전면파업을 실제로 강행하리라고는 예측할 수 없었다고 평가함이 타당하다고 하여 노조 측의 예고에도 불구하고 예측가능성이 없었다고 판시한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실관계 인정을 통해 대법원은 두 번째 파업은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인 위력(威力)’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V.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1.    형사적 책임과 노동법적 책임의 분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은 정당하지 않은 쟁의행위에 대해서 나름의 처벌조항을 두고 있다.[13] 쟁의행위의 위법성과 관련하여 많이 언급되는 2007482의 소수의견은 이에 대해 위법한 단순 파업이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위법의 원인행위 자체에 대한 처벌의 공백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밝히며, 반드시 노동법상의 위법한 쟁의행위를 형법상 처벌대상으로 삼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상판결의 번째 쟁의행위에 대한 판단도 형사적 책임과 노동법적 책임을 분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건 번째 파업은 노동조합의 사측에 대한 경영상 간섭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쟁의행위의 원인으로 삼았고, 이에 따라 안전투쟁을 하였지만 위력성을 인정하지 않아 형법상 업무방해죄 성립을 부정하였다. 그러나 번째 쟁의행위인 파업에 대해서는 설시에서 파업 목적의 정당성을 언급하며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 파업의 경우에는 위력성을 인정할 있어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있다고 판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의 논리구성을 살펴보면, 일단 노동법상 위법한 목적으로 파업을 계획하여 이를 노조 측이 예고하였고 사측은 예고에 대해서 있었지만 이러한 위법한 목적으로 실제로 쟁의행위를 행할 것이라 예측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위력성을 인정할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대상판결에서도 여전히 노동법상의 쟁의행위의 정당성과 형법상의 업무방해죄 성립을 연관 짓고 있는 것으로 있다.[14]
이러한 대법원의 태도는 노동조합 노동관계 조정법 4조에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15] 동조에서 쟁의행위의 정당성 여부와 형법 20조의 정당행위를 동일하게 봄으로써 형법상의 불법과 노동법상의 불법은 차이가 제거된다.[16] 다만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노동법상 정당한 쟁의행위인 경우에는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정당하지 않은 쟁의행위에 대해서만 형법상 불법을 판단하고 있다.
우리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이전처럼 쟁의행위에 대해 당연히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고 위법성조각사유로서 쟁의행위의 정당성에 대해 평가하던 입장에서 정당한 쟁의행위는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선회한 것은 형사적 책임과 노동법적 책임을 분리하는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하다. 위에서 밝힌 소수의견의 지적과 같이, 이미 노동법상으로 불법인 쟁의행위의 경우에는 처벌조항이 존재하기 때문에 위법한 쟁의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이 아니다. 물론 쟁의행위는 무제한적으로 허용되어야 하는 행위는 아니다. 사회의 안정과 경제발전을 위해서 특정한 산업분야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쟁의행위를 제한할 수 있으며, 최대한 노사간 타협점을 찾아 양측의 합의 하에 노사관계를 이끌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헌법상 노동3권은 보장되어 있고 이는 사용자와 노동자 간의 대등하지 못한 세력관계에 있어서 노동자에게 있어서는 사용자의 부당한 압력에 대항할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수단으로서 그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여기에 노동법과 형법의 이중적인 제재를 가하는 것은 노동3권의 보장에 있어서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비록 그 입장을 어느 정도 선회하였지만 여전히 대상판결의 위력성 판단에서 목적의 정당성을 고려하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으므로 노동법과 형법상 불법을 아직 분별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노동자의 노동3권과 경영자의 경영활동의 자유, 그리고 사회적 안정이라는 여러 법익들의 조화라는 측면에서 한쪽으로 치우친 법 해석과 적용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한다.

2.    예견가능성과 전격성의 문제
경영자의 사업계속에 대한 자유의사를 제압하거나 혼란을 일으켜 위력성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 중 하나는 쟁의행위의 예견가능성과 전격성이다. 대상판결의 두 번째 쟁의행위에 대한 판단에서 비록 쟁의행위에 대하여 노조측에서 예고하였지만 실제로 그러한 위법한 파업을 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하여 예측가능성에 대하여 부인하였다. 이전의 대법원의 태도에 비추어 살펴보면, 예측가능성과 전격성에 대해 전격성은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예측가능성을 기준으로 판단되고, 쟁의발생의 예측가능성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의 쟁의절차를 준수하였는지 여부로 판단할 수 있으므로 전격성은 바로 동법의 절차 준수여부에 의해 그 여부가 가려진다고 대법원은 판단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17]
그러나 이는 위에서 언급한 형법상 불법과 노동법상 불법의 분리 취지에 맞지 않는다. 이러한 대법원의 논지는 전격성이라는 형법상 구성요건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의 적법성기준을 동일시 하게 되는 결과를 낳음으로써 결국은 노동법상의 불법을 형법상의 불법으로 만들어버린다.[18] 또한 예측가능성과 전격성의 요건을 노동법상의 적법/불법 여부에 연동시켜 버림으로써 대상판결에서의 상황과 같이 비록 정당하지 않은 파업이지만 그 시행이 충분히 예고된 경우까지도 예측가능성을 부인하고 전격성을 인정하는 일응 불합리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VI.          결론 및 정책적 개선방안
대상판결인 2011468판결은 이전 판결인 2007482판결에서 변경된 대법원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는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쟁의행위인 안전투쟁에 대하여 비록 노동법상 정당화될 수 없는 쟁의행위였으나 형법의 영역에서 업무방해죄의 위력성을 부인하여 무죄라고 판시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모든 쟁의행위가 바로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여 위법성조각사유에 해당할 시에만 무죄로 보던 기존의 입장에서 조금 더 노동권을 보호하는 쪽으로 선회했다는 데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헌법재판소도 단체행동권의 행사로서 노동법상의 요건을 갖추어 헌법적으로 정당화되는 행위를 범죄행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임을 인정하되, 다만 위법성을 조각하도록 한 취지라는 해석은 헌법상 기본권의 보호영역을 하위 법률을 통해 지나치게 축소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하며 기존의 입장 변경의 취지를 헌법상에서 보장하는 노동권 보호라고 밝히고 있다.[19] 그러나 여전히 전격성과 예측가능성의 판단에서 사실상 노동법적 요건을 그 기준으로 삼는 등 노동법의 규율영역에 형법적 제재를 추가하는 경향이 잔존하고 있다. 전격성의 요건 외에도 막대한 손해라는 위력성을 구성하는 요건도 어느 정도의 손해가 막대한 손해인지 모호하여 노동자들이 쟁의행위를 함에 있어 그 정도를 사전에 위축시켜 쟁의행위의 효과가 반감되어 사용자에 대한 협상력이 저하될 수 있는 위험도 존재한다.
노동권의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노동권은 사용자의 재산권, 경제활동의 자유와 충돌할 수도 있고[20] 형법에서 추구하는 사회적 안정이라는 가치와도 충돌할 수 있다. 형법에서는 사회적 안정이라는 일반적 가치 외에도 업무방해죄의 보호법익은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재산권과 자유권도 해당한다.[21] 따라서 규범조화적 해석이 요청되며, 위의 헌법재판소 설시(2009헌바168)도 이러한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기본권 조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노동법상 불법에 대해 이미 노동법에 형사적 처벌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형법의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것은 그 필요성이 떨어지며[22] 기본권 조화의 관점에서도 노동권의 과도한 제약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쟁의행위가 발생할 경우 일단 업무방해죄를 적용하기 보다는 노동법상 처벌조항으로 노동법상 불법을 제거하고 혹 과격하고 폭력적인 쟁의행위로 형법에서 보호하는 법익이 침해 당했을 경우 상해폭행죄, 재물손괴죄 등으로 의율하면 될 것이다.
헌법에서는 노동3권과 재산권, 경제활동의 자유 등의 기본권뿐만 아니라, 헌법 제119조 제2항을 통해 소위 경제민주화에 대하여 천명하고 있다. 경제민주화는 각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꾀하고 있으므로 사용자와 노동자간의 관계 또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노동자들은 단결하지 않으면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대등할 수 없으므로 헌법 제119조 제2항에서 추구하는 경제민주화의 가치는 달성하기 힘들어진다. 따라서 헌법의 하위법령인 형법과 노동법 모두 이러한 헌법적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도록 규정적용되어야 한다. 형법적으로 쟁의행위에 대한 이중적인 제재를 가하는 것을 지양(止揚)함과 동시에 노동법상 정당한 쟁의행위의 범위를 넓히는 방식으로 실질적으로 사용자와의 협상 테이블에서 노동자도 합당한 힘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 시대의 요청이기도 한 경제민주화라는 헌법적 가치에 한발 더 다가가는 길일 것이다.




[1]예를 들면, 대법원2011.3.17. 2007482.
[2]이재상, 『형법각론』, 박영사, 2013, p. 207.
[3]위의 판례,
[4]대법원 2010.11.25.20109186,
[5] Ibid., p. 208,
[6]박성민, 「업무방해죄의 해석과 쟁의행위 중 파업과의 관계」, 형사정책연구(23권 제1), 2012, p. 86.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제2조 제6호에 따르면  "쟁의행위"라 함은 파업·태업·직장 폐쇄 기타 노동관계 당사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와 이에 대항하는 행위로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7]대법원 2011.3.17. 2007482,
[8] 헌법재판소 1998.7.16. 97헌바23.
[9] 대법원 2003.12.26. 20011863.
[10] 헌법재판소 2010.4.29. 2009헌바168.
[11] 2007482
[12] 김봉수, 「쟁의행위와 형사책임」, 법학논총(34집 제1), 2014, p. 88.
[13]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제8장 벌칙.
[14] 이에 대해서는 후술하는 예견가능성과 전격성 문제에서 구체적으로 다루기로 한다.
[15] 4(정당행위) 형법 제20조의 규정은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쟁의행위 기타의 행위로서 1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한 정당한 행위에 대하여 적용된다. 다만,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이나 파괴행위는 정당한 행위로 해석되어서는 아니된다.
[16] 류문호, 「쟁의행위에 대한 업무방해죄 적용의 타당성과 정책방향 검토: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행위에 대한 판단사례를 중심으로」, 노동정책연구(12권 제4), 2012, p. 117.
[17] 김봉수, 위의 글, p. 104.
[18] Ibid.
[19] 2009헌바168.
[20] 송진경, 「노동쟁의와 형법상 범죄개념 근로자의 단순한 노무제공거부행위를 중심으로」, 동아법학(59), 2012, pp .216-221
[21] 이재상, 앞의 책.
[22] 김봉수, 위의 글, p. 107.